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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리고르의 중매쟁이

Duena 2010. 8. 2. 16:49

페리고르의 중매쟁이

줄리아 스튜어트 | 안진이 | 현대문학 | 2010년 06월 | 13,500원

책소개

이발사에서 중매쟁이로 직업을 바꾼 한 남자의 유쾌한 이야기

2008년 영국에서 많은 인기를 받은 줄리아 스튜어트의 대표작으로, 프랑스 시골 마을에 사는 이발사가 중매쟁이로 직업을 바꾸면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소동을 유쾌하게 그려낸 소설이다. 개성이 강한 등장인물들이 한데 어우러져 시골 생활을 풍자적이고도 재미있게 그려냈고, 약간은 환상적이고도 동화적인 분위기를 연출하여 현대사회의 바쁜 생활과 다른 저 너머의 생활을 말하는 듯하다.

저자: 줄리아 스튜어트

영국 미들랜드 서부에서 성장한 작가는 대학에서 언론학을 공부한 후 6년간 지방 신문사에서, 8년간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에서 기자로 일했다. 작가의 첫 번째 소설 『페리고르의 중매쟁이』는 남프랑스 페리고르 지방으로 휴가를 갔다가 구상하게 된 소설이라고 한다. 실제로 페리고르에서 머물며 쓴 이 소설은 꼼꼼한 취재를 바탕으로 프랑스 시골 마을의 일상을 따뜻하고 유머러스하게 그려내어 세계 각국에서 호평받았다. 그 밖의 작품으로는 『빗물 모으는 남자』가 있다. 현재, 기자이며 영국인인 남편과 함께 바레인에서 살고 있다.

리뷰

어린 시절, 아버지를 따라 간 이발소에는 가위와 빗으로 요술을 부리는 아저씨가 있었다. 간이 의자에 나란히 앉아 차례를 기다리는 아저씨들 틈에서 본 그 곳의 풍경은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뱅글뱅글 돌아가는 이발소의 표지가 보기 드물어진 요즘 '페리고르의 중매쟁이'는 내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프랑스의 작은 마을 페리고르에서 성공한 삶을 살고 있던 기욤 라두세트. 그는 가위질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페리고르 이발사 아카데미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그는 논트롱 읍에서 이발소를 하는 피에르 루조의 수습 이발사가 된다.

"모든 이발사의 공통된 염원이 있지. 자기 가게를 차리는 것, 그

리고 머리보다 귀 위쪽에 털이 더 많은 고객이 찾아오지 않는 것." -27페이지

외할아버지 집 부엌을 개조하여 시작한 이발소는 20년 가까이 성업이었다. 그러나 브랑톰에 새로 개업한 장 밥티스트 리고디에라는 이발사의 출현으로 위기를 맞게 된다. 열심히 장사 수완을 발휘했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대머리가 됐다는 이유로 더 이상 오지 않는 단골손님들과 시대의 흐름을 좇아 '솔방울' 머리와 '말갈기' 머리를 배우는 것을 고민하던 그는 이발사로서 자신의 수명이 다했음을 깨닫게 된다.

"자네도 알겠지만 이발소 문을 닫았네......."

빵집 주인은 가슴을 톡톡 두드리며 대답했다.

"알고 있네. 자네가 그 이야기를 하기 싫을 것 같아서 일부러

입을 다물고 있었지."

"난 중매쟁이가 되기로 결심했네." -73페이지

이발소를 개조한 그는 문 위에 '마음의 욕망'이라는 아름다운 글자체의 간판을 걸었지만 2주일이 지나도록 손님은 없었다.

무미건조하게 흘러가버린 26년. 인생의 가장 중요한 문제에

실패했다는 결론을 내리는 순간, 뜨거운 칼날이 두 번째로 그의

배를 푹 찔렀다.

바로 그때 문이 열렸다.-107페이지

첫 번째 고객은 마을의 치과의사인 이브 레베크였다. 그는 놀라운 상술을 발휘하는 중매쟁이의 말에 '고품격 실버 서비스'를 신청하게 된다.

"그녀는 내가 원하는 여자가 아니었어."

"모두가 첫눈에 반하는 건 아니지. 사랑은 훌륭한 카술레와 같

아. 시간이 걸리고 용기가 필요하지. 어떤 부분은 맛있지만 또 어

떤 부분은 냄새가 나서 얼굴을 찌푸리게 하기도 하지. 심지어는

초록색 단추 따위의 이상한 물건이 씹히기도 해. 하지만 전체적

인 맛이 어떤가를 봐야 하는 거야." -201페이지

고객들에게 소개시켜 준 사람들이 불협화음을 내자 그는 자신이 사랑에 관한 조언을 할 자격이 있는지 고민하게 되고 첫사랑 에밀리에 프레세에게 26년 동안이나 답장을 보내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천천히 진행되는 이야기는 지루함을 안겨주며 공동 샤워장과 복잡하게 얽힌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들은 알쏭달쏭한 음식들만큼이나 이해하기 힘들다. 영국 작가가 쓴 프랑스 이야기라는 독특한 이력, 그러나 영국식 유머에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생각만큼 유쾌하지않아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