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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의 계절, 가을! 추녀(秋女)는 외롭다

Duena 2004. 10. 4. 11:05
가을에는 유독 바바리 깃을 세운 남자들을 자주 접할 수 있다. 가을이 남자의 계절이라는 이유 때문이라는데, 여자들도 만만찮게 가을을 탄다는 사실을 아시는지? 남자들이 서글픈 기운을 끌어안고 포장마차에서 술잔을 털어넣는다면, 여자들은 벤치에 앉아 떨리는 손으로 낙엽을 부스러뜨린다. 심리적인 공황상태에 휘말린 그녀들. 암울한 가을, 각각의 애절한 사정만큼 황량하기 그지없는 그녀들의 속마음 속을 들여다보자.
"애인과 헤어진 지 4년째 접어들었습니다. 노처녀에 가깝죠. 예전엔 몰랐는데 가을만 되면 우울증에 빠진 것 같아서 미칠 것 같더군요. 어느 날은 길에서 커플들을 보고, 나도 모르게 은행잎을 마구 따다가 돌멩이로 찧었습니다. 소꿉장난 할 때처럼요. 그리고 그걸 화초화분 속에 묻고서 돌아섰습니다. 히스테리 같아서 스스로도 무섭군요. -아이디 : Koul77

"가을만 되면 떠나간 그에게 편지를 쓰고 싶어요. 몇 번 쓰고서 부치지 못한 편지가 아직도 책상서랍 속에 있지요. 편지를 쓰면서 외로워서 울기도 많이 했어요. 다시 돌아와달라고 일부러 눈물자국을 떨어뜨리기도 했구요. 괜히 가을에는, 옛 남자친구의 따스한 품과 팔이 그리워지네요. -아이디 : 편지쓰는걸

"그이와 떨어지는 단풍잎 속에서 그와 우아하게 춤을 추고 싶었어요. 그러나 남친이 없는 지 벌써 3년째. 이러다가 결혼도 못할 것 같아요. 커플들을 보면 마구 때려주고 싶을 정도로 노이로제에도 걸렸구요. 가을만 되면 우울해서 죽겠어요. 여름에는 그나마 날이 밝아서 별로 우울한지 몰랐는데.. 오늘따라 밤이 왜 이리 외로운 걸까요.-아이디 : lovey12

"작년 가을에 남친과 이별했어요. 몸도 마음도 다 준 저를 버리고, 다른 여자와 떠나버렸죠. 저보다 어린 그이를 제가 회사 다니면서 생활비도 주고 등록금도 대주고 했었어요. 근데 동갑내기 여자를 만나더니, 그 풋풋함에 반했나 보죠. 가을만 되면 자꾸 생각나요. 자살이란 것도 해볼까, 하고요.-아이디 : yong345

지난 여름까지만 해도 명랑 쾌활하던 그녀. 날이 쌀쌀해졌다 싶더니 마음의 갈피를 못 잡고, 안색은 침체되어 간다. 어떤 일을 해도 시큰둥하고, 활기가 사라졌다. 길거리에 뒹구는 낙엽이라도 발견한다면 한참을 바라보고 서서 눈시울을 붉힌다. '고독'이라는 단어는 그녀와 이미 밀접하게 달라붙었다. 이를 두고 '가을을 탄다'고 하나보다.
사람들이 계절성 우울증을 앓는 계절은 대다수 봄, 가을과 겨울이다. 봄은 '여자의 계절'이라고 하는 만큼 그녀들은 평균적으로 봄에 외로움과 허무함을 종종 느끼고는 한다. 한편 가을과 겨울은 만물이 빛을 잃고, 생명력을 고이 접는 계절. 이 때에는 우울증이 밀물처럼 엄습하고는 한다. 특히 여자의 경우, 남자에 비해 계절성 우울증을 앓을 확률이 약 4배 높다. 그만큼 감정 선이 발달되어 있기 때문에 가을이 '남자의 계절'이라고 해서 여자들이 우울하지 않을 리는 없다.
가을이 되면 떠나간 연인을 회상하고, 또는 다가올 연인을 그리워하게 된다.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그녀 마음 속 빈 자리, 최하 단에 고이고이 숨겨놓은 비밀스러운 치부. 그 자물쇠로 채워놓은 비밀을 그녀 마음 속에 간단하게 풀어 놓고, 일상이 되게 만드는 외로움의 계절이 바로 가을이다. 그럴 때면 그녀들은 가끔 외로움을 견디다 못해 몸부림에 가까운 '발작'을 일으키기도 한다.
그런데 '가을을 탄다'는 것은 사고의 전환과 새로운 감정 유입에 있어서 그리 문제될 것은 없어 보인다. 항상 신나기만 한 사람이 오히려 이상한 게 아니던가. 바이오리듬의 고저조가 반복되는 상황이 정상인 것처럼 감정 역시 들쑥날쑥한 게 정상이다. 그런데 문제는 일상생활에 걸림돌이 될 정도로 심한 가을 우울증세를 앓는 그녀들이 있다는 것. 밥도 거부하고 술독에만 빠져 살거나, 음울한 과거의 회상에 빠져 몸이 나날이 초췌해져 가고, 자살까지 시도하는 등의 행동. 분명 정상인과는 거리가 먼 것들이다. 추녀(秋女)들의 우울증은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 걸까.



-가을이 되면 신경질적이 된다
-마음이 불안정하고, 조급해진다
-생각이 깊고, 잡념이 많아졌다
-불면증이 유독 심해졌다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계절성 우울증. 가을을 외롭고, 음울한 날의 연속이라 여긴다. 피부에 와 닿는 쌀쌀한 바람과 떨어지는 낙엽들, 그것들이 그녀의 마음을 시리게 만드는 요건이다. 가을은 봄이나 여름과 달리 만물이 빛을 잃는 계절이니 만큼 더욱 그녀를 움츠러들게 만든다. 혼자 있는 걸 삼가고, 되도록 밝은 표정을 지으려 노력해보자. 친구들과 자주 만나서 안부를 주고받아서 명랑한 행동을 유지하는 것도 좋은 방법. 사랑은 부지런한 자에게 찾아올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과식과 소식을 극단적으로 반복한다
-충동적으로 낙엽을 짓밟고 싶다
-외출 하기를 꺼려 한다
-그의 사진을 찢어놓기도 한다

외로움에 몸부림치다 못해 분노를 외부로 표출하는 유형. 파괴적인 심리의 반증임과 동시에 애증의 비뚤어진 모습이다. 스스로 화를 잘 못 참는 타입. 무조건 속으로 화를 삭히는 것도 건강상 좋은 방법은 아니나, 드러내놓는 것 역시 사람을 극한으로 몰아갈 수 있다. 스포츠에 도전해보는 것이 어떨까. 땀을 내고 행동으로 분노를 표현하다 보면 앙금과 스트레스도 저절로 풀릴 것이다.


-가끔 공원에 누워서 소주를 마시고 싶다
-살 의욕이 없고, 재미도 없다
-종종 눈물을 흘릴 때가 있다
-세상 속에서 혼자만 빛 바랜 물건 같다

내성적이고 소심한 유형. 혼자서 화를 식힌다고 완벽하게 상처가 아무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상대방을 붙잡고 직접 화를 내거나, 친구에게 하소연을 하는 방법도 필요하다. 우울증과 맞물려 대인기피증까지 발병할 수 있다. 집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도 좋지만, 활발한 교우관계를 지속하려 해보자. 타인과의 교류 속에서 적당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가을, 어쩔 수 없이 외롭다
겨울로 가는 길목에서, 세상이 지고 있다. 푸른빛에서 노란빛을 거쳐 거무죽죽한 죽음의 색으로 변하는 나무를 보고 있자면, 누구든 우울해지지 않을 리 없다. 감정이란 것은 한 번 나락으로 빠지면 또 다른 추억까지 들먹이며 새로운 고통거리로 빠지기 마련이다. 아예 '생각금지' 자를 이마에 써 붙이는 것이 낫다. 너무 깊이 생각하려 하지 말자. 늪처럼 저항할수록 더 깊이 빠질 뿐이다. 다만 기억해두자. 탄생과 죽음은 반복되고, 겨울을 맞이해야 다음해 봄에 나무는 더욱 생명력을 띌 수 있다는 것을. 어쨌든 별 수 없는 계절, 가을엔 여자도 외로울 수밖에 없다.
[출처: 초디빅 카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