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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극한기

Duena 2010. 6. 16. 16:32

청춘극한기

이지민 | 자음과모음 | 2010년 05월 | 11,500원

책소개

찬란하게 골병 든 청춘의 한계를 극복하는 기적 만들기

영화 〈모던보이〉의 원작소설 작가 이지민의 새로운 장편소설이다. 한 여자가 아직 치료제도 없는 "러브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일어나는 좌충우돌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감염되는 순간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누군가를 열렬히 사랑하게 되는 신종 바이러스에 감염된 이 여자는 생사를 넘나드는 과정 속에서 비로소 진정한 청춘의 의미를 알게 된다. 작가는 이 기발한 발상의 ‘청춘 예찬’을 재기발랄한 문장으로 풀어내고 있다.

일생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 당신의 ‘청춘’은 어떻게 기억되고 있을까? 돌이켜보면 가장 아름답고 찬란한 시절, 숨 가쁘게 달려 나가다 보면 어떤 것에 도달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막연함으로 젊음이 현실에 저당 잡혀 불안과 두려움에 허덕인다. 두려움과 불안함 속에서 문득 무의식 속에 자리 잡고 있던 자신의 과거를 대면하는 한 순간 우리는 드디어 그 찬란한 시절이 계속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작가는 앞으로 살아갈 날도 많이 남았지만 역설적으로 아플 날도 많이 남은 청춘에게 격려와 위로를 보낸다.

저자: 이지민

1974년 서울 출생. 2000년 '이지형'이라는 필명으로 쓴 장편소설 『망하거나 죽지 않고 살 수 있겠니』로 제5회 문학동네작가상을 수상. 그외『좌절금지』,『그 남자는 나에게 바래다 달라고 한다』,『나와 마릴린』

리뷰

청춘은 봄에 비유된다.

새싹이 돋아나는 봄은 여리고 순수하며 아름답다.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가능성의 시기이면서 모든 것이 불안한 격랑의 시기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지나고 나면 한없이 그리워지는 생의 봄날, 작가는 내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무엇 하나 내세울 것 없는 삼십대 시나리오 작가 옥택선.

몇 년만에 친구의 주선으로 소개팅에서 만나기로 한 남자는 약속 시간 30분이 지나도록 나타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내가 그 흔하디흔한 스타벅스에서도 바람을 맞았다

는 것이다. -10페이지

스타벅스를 나오던 그녀는 문 앞에서 초조하게 핸드폰 통화 버튼을 연신 누르고 있는 한 남자를 발견한다.

그는 다름아닌 그녀와 소개팅을 하기로 되어있던 국립면역연구소에서 일하는 분자바이러스학 박사 남수필이었다.

당뇨 프로젝트 때문에 일본에서 수입하게 된 실험용 돌연변이 마우스를 키우던 그는 '마사코'라는 일본 황태자비와 같은 이름을 붙여준 쥐의 죽음 이후, 동그란 검은 귀의 미키마우스 인형에게 사과의 말을 속삭이는 미키마우스 마니아였다.

"누구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어요."

그는 내가 약속 없이 혼자 커피를 마시러 나온 사람처럼 보였다

고 했다. 그의 눈은 정확했다.

그의 말은 당시 나의 삶을 한마디로 표현한 것이었다.

그 무렵 나는 아무것도 기다리지 않는 청춘이었다. - 11페이지

다시 만날 일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그녀의 예상과는 달리 다음날 그는 그녀를 열렬히 사랑하게 된 남자가 되어 나타나고 아라비안나이트의 세헤라자데처럼 별과 달을 벗 삼아 필사적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던 그와 밤을 지새우게 된다.

가벼운 발열 증상이 일어나고 가슴이 콩닥거리며 무슨 일인가 일어날 것 같은 예감이 든 다음 날, 그녀가 어릴때부터 동경하던 연우로부터 문자가 온다.

마음과 달리 늘 그에게서 도망을 다니던 그녀가 이번에는 용기를 내어 만날 약속을 정한다.

잠시 후, 은빛 SM5가 멈추고 그 안에서 흰색 폴로 와이셔츠를 입

은 연우가 환히 웃으며 나왔다. 내 안의 세포들이 파도타기 응원을

하는 관중들처럼 우우 하고 일어섰다. 단지 첫사랑을 다시 만난 감

격 때문만은 아닌 것 같고, 뭐랄까, 어떤 한 시절에 대한 그리움이

왕창 쏟아져 들어오는 느낌이랄까. -30페이지

꿈같은 데이트를 하고 돌아온 그녀에게 걸려온 한 통의 전화.

"남수필 씨가 죽었습니다." -37페이지

연구 중이던 신종 악성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연구소에서 시신 상태로 발견되었다는 그로 인해 순식간에 그녀는 정체불명의 바이러스에 감염된 위험한 존재가 된다.

함께 있었다는 이유로 연우까지 잡혀가게 된 상황에서 남수필의 마지막 메시지를 떠올리는 그녀.

나를 믿어요. 도망가요. 나를 믿어요. - 42페이지

남수필이 남긴 메시지를 따라가던 두 사람은 치료를 위해 '이균'과의 만남을 시도한다.

연구소 동료였던 이균은 냉정하고 비열한 과학자였다.

사사건건 부딪히는 두 사람과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불쑥 불쑥 출연하는 새로운 인물들이 풀어놓는 이야기들.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공처럼 이야기는 샛길을 돌아 골목길을 누비며 이상한 나라를 향해 달린다.

코미디를 연출하다가 눈물을 쏟기도 하며 머릿 속을 막 헤집어 놓는다.

책의 말미에 나오는 에피소들은 짧게 그리고 빠르게 지나간다.

왠지 서둘러 마무리를 한 것처럼 느껴져 아쉽다

나는 실로 몇 년 만에 사랑니를 빼려 치과 의자에 누웠던 이후 처

음으로 신에게 기도를 하였다.

신이시여, 제발 연우를 보살펴주세요. 그 애에게 나쁜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해주세요. 제발 나에게서 첫사랑의 추억을 뺏앗아가지 말아주

세요. 이제야 그 소중함을 알 것 같으니까요. 다시는 가질 수 없고

다시는 잃어버릴 수도 없는, 그 푸릇하고 아삭한 마음을요. -135페이지

이 책은 로맨틱 소설도 아니고 과학 소설은 더더욱 아닌 정체불명의 바이러스와 같다.

초기 증상이 사랑에 빠질때의 감정과 같다는 정체불명의 바이러스.

어쩌면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에서 진짜 사랑을 찾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말인지도 모르겠다.

'나를 비롯하여 그 누군가를 격려하고픈 마음에 소설을 썼던 것 같다.'는 작가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