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렌지만이 과일은 아니다

Duena 2009. 12. 23. 13:42

오렌지만이 과일은 아니다

지넷 윈터슨 | 김은정 | 민음사 | 2009년 11월 | 11,000원

책소개

21세기 버지니아 울프, 지넷 윈터슨의 자전 소설

돌발적이고 거침없는 지성이자 현대 영국을 대표하는 여성 작가인 지넷 윈터슨의 첫 번째 작품으로, 양부모 아래에서 기도와 선교를 강요받으며 자란 어린 시절의 기억과, 열여섯 살에 한 소녀를 사랑했던 경험 등을 다룬 자전 소설이기도 하다. 구약성서를 바탕으로 억압적이고 보수적으로 변질되어 버린 기독교 문화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다. 구약성서의 형식을 띠고 있는 이 작품은 작은 지역 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폐쇄적인 기독교 사회의 억압적인 한 면모를 비난하는 간접적인 장치로 작용한다.

지넷 윈터슨은 이 작품에서 입양, 동성애,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보수적인 교회에 대한 부정, 편협한 지역 사회의 폐단 등 민감한 사회 문제들을 거침없이 다루며, 그해 가장 주목할 만한 신인에게 수여되는 휘트브레드 상을 수상했을 뿐만 아니라 여성 작가 특유의 감성으로 인간 내면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함으로써 대중의 사랑을 받으며 현대 영국 최고의 여성 작가로 떠올랐다.

저자: 지넷 윈터슨

1959년 영국 맨체스터 출생. 옥스퍼드 대학교 영문학과 졸업. 스물세 살에 쓴 첫 번째 소설이자 자전적 소설인 『오렌지만이 과일은 아니다』(1985)로 평단의 극찬을 받으며, 그해 가장 주목할 만한 신인에게 수여되는 휘트브레드 상을 수상했다.

장편소설 『열정』(1987), 『육체에 새기다』(1992), 『예술과 거짓말』(1994), 『파워북』(2000) 등과 단편집『세상, 그리고 다른 장소들』(1998), 동화 『카프리의 왕』(2003) 등이 있다.

리뷰

사람들마다 책을 고르는 각자의 기준이 있다.
나는 대체로 세가지 기준으로 선택을 한다.
첫번째는 누가 썼느냐이다.
작가주의를 고집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전에 읽은 책들의 영향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두번째는 외국 서적인 경우 번역을 누가 했는가이다.
왜냐하면 우리 말로 옮기면서 원서의 느낌을 최대한 자연스럽게 살려주는 것이 생명이기 때문이다.
마지막 세번째는 어느 출판사에서 만들었냐이다.
그렇다고 규모가 크고 유명한 곳을 선호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책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종이의 질과 디자인 또한 중요하다.

이번에 내가 읽은 '오렌지만이 과일은 아니다'는 세번째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순수문학의 대중화시대를 열었다고 할 수 있는 민음사에서 젊은 고전, 즐기는 고전, 미래를 향한 고전을 표방하며 '모던 클래식' 시리즈를 내놓았다.
그 중 열 번째 책인 지넷 윈터슨의 자전적 성장 소설 '오렌지만이 과일은 아니다'는 고민할 필요없이 선택할 수 있었다.
그러나 책의 차례를 보며 책 장을 넘기던 나는 머리가 조금씩 아파오기 시작했다.
글을 한 줄 한 줄 읽을때마다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어 다시 읽기를 반복했고 그럴수록 더 복잡한 미로 속에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우리는 어려움에 부딪히면 믿고 의지할 대상을 찾게된다.
그래서 종교가 생겨났다.
신의 존재 여부보다는 마음의 위안을 받기위하여 믿는 것이다.
그러나 그 믿음이 맹목적인 것이라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삶의 대부분을 기도와 선교로 보내는 지넷의 어머니에게 세상은 친구 아니면 적이 있을 뿐이다.
물론 그 기준은 주님.
아이를 낳는 대신 입양으로 지넷을 데려온 그녀의 어머니는 어린 지넷을 기독교적인 삶을 살게한다.

어느날 날아든 한 통의 통지서.
그녀의 어머니가 '사육장'이라고 말하던 학교를 다니게 되면서 지넷은 세상과 충돌하기 시작한다.

책을 읽으며 '좀 더 읽으면 괜찮겠지' '괜찮아질거야'라며 스스로를 다독여보았지만 답답함은 가시지 않았다.
'왜 이 책을 읽기 시작했을까'라는 후회 아닌 후회를 하며 책을 잠시 덮고 창 밖을 바라보았다.
앙상한 나무들이 겨울을 더욱 씁쓸하게 만든다.
문득 이 책을 쓴 지넷을 생각해봤다.
책을 읽는 나조차도 화가 나는데 실제로 겪었을 그녀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갑자기 무한한 연민이 솟는다.

종교가 달라서일까?
구약성서의 여덟편으로 각 장을 구성하고 있는 것이 조금은 불편하다.
그리고 책 중간 중간에 나오는 동화들은 서로 뒤엉켜서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문화가 달라서 내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처음 이 책을 선택했을때에는 단순히 동성애에 관한 이야기일 것이라 짐작했었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 만연한 편협한 생각들을 꼬집고 있었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구별하고싶지는 않다.
왜냐하면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있을테니...
그러나 아무런 설명 없이 무조적적인 강요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아무리 옳고 정당한 것이라도 해도...

나는 나이가 들어가면 이해심이 많아지고 관대해질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조금씩 치사해지고 옹졸해지는 나 자신을 보게된다.
시간이 흐를수록 나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쉽지않다.
믿음에 있어서도, 가족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사회에 관해서도...

있는 그대로를 인정해주는 사회가 되지않는 한 제2의, 제3의 지넷 윈터슨은 우리 곁에 존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