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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자의 책

Duena 2009. 7. 10. 12:53

순례자의 책

김이경 | 뿌리와이파리 | 2009년 06월 | 12,000원

책소개

책에 미친, 책에 반한, 책에 관한

불온하고 발칙한 열 가지의 상상과 실제 역사 속 이야기의 흡인력 있는 만남

책에 관한 놀랍고 기발하며 때론 어처구니없고 참혹하기까지 한 '거짓말 같은'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동서고금의 다양한 시공간을 배경으로 한 짧은 소설 10편이 수록되어 있으며, 한 편마다 그에 어울리는 섬세한 일러스트가 곁들여지고 각 꼭지의 끝에 친절한 인문학적 배경설명이 이어지는 구조로 되어 있어 누구나 쉽게 인류의 놀라운 발명품 책에 대해 무한한 상상과 사색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 김이경

서울 출생. 자유칼럼그룹(www.freecolumn.co.kr)에 '독서처방' 연재하며 시립도서관 독서회 지도강사를 맡고 있다. '청소년을 위한 삼국유사', '고고학자와 함께하는 이집트 역사기행', '세노 갓파의 인도 스케치 여행' 등의 책을 옮겼으며, 저서로는 그림책 '인사동 가는 길', '창덕궁 나들이'가 있다.

후기

글 쓰기는 어렵다.

특히 '책'이라는 소재로 써야한다면 더 어렵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순례자의 책'은 참 대단하다.

저자가 들려주는 10편의 짧은 이야기들은 간결하면서도 강렬하다.

역시 글은 다양한 경험과 끝없는 배움의 자세에서 나온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책에 수록된 10개의 이야기들은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다.

그만큼 독특하고 신선하며 재미있다.

맨 처음으로 등장하는 '저승은 커다란 도서관'은 일본 영화 '천국의 책방'을 떠올리게 한다.

이승에서 못 채운 100년을 보내는 그 곳에서 사람들은 책을 읽거나 누군가에게 책을 읽어주며 서로의 상처를 치유한다고나 할까?

내가 만약 책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죽어서 저승으로 간다면 과연 자서전을 잘 쓸 수 있을까?

올 곧게 나를 바라볼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 이 책의 백미는 후반부에 등장하는 '다큐멘터리 책의 적을 찾아서'가 아닐까싶다.

제목에서 말하듯 '다큐멘터리'형식으로 진행되는 이 이야기는 '책의 적은 책'이라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연출한다.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열띤 토론은 책을 읽는 나 자신을 자꾸 생각하게 만든다.

책이라는 존재에 대하여...

책 속의 이야기들과 잘 어울리는 일러스트.

그리고 책 장을 넘길 때마다 느껴지는 반질거리는 종이의 느낌은 책을 만든 이의 정성을 그대로 느끼게 한다.

오랜만에 꽤 괜찮은 책을 만난 것 같아 기분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