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ena 2009. 6. 18. 13:29

모닝

쇼지 유키야 |김난주 | 계명사 | 2009년 06월 | 9,900원

책소개

"그 녀석도 지금 듣고 있을까? 되살아나는 그때 그 시절 우리들의 목소리를..."

누구나 부러워할 정도로 사이가 좋았던 다섯 친구가 있었다. 서로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 할 수 있다고 믿었던 다이와 준페이, 신고, 와료, 히토시. 그러나 대학을 졸업하고 일본 각지로 흩어진 다섯 명이 이십 년만에 다시 모인 곳은 신고의 장례식장이었다. 장례식을 마친 다이와 친구들에게 준페이가 폭탄선언을 한다. "난 자살할 거야." 준페이를 설득하기 위해 친구들은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잊혀졌던, 또는 은밀히 묻어 두었던 이름과 얼굴들을 하나 둘 떠올리기 시작하는데....

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개성이 분명한 작품들을 연달아 발표해 현재 일본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로 꼽히는 쇼지 유키야의 장편소설이다. 청년의 활기와 중년의 향수를 절묘하게 버무린 이번 소설에서 그는 인생에 대한 아련하고 따뜻한 시선을 드러낸다. 삶이라는 길이 계속되는 한 사람은 추억을 등에 업고 희망은 가슴에 안은 채 나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친구의 죽음으로 남은 사람들의 어깨에는 무게가 더해졌지만, 그마저도 그리움으로 승화시켜 인생에 불을 지펴야 한다고, 어른의 성장이란 그런 것이라고 말하는 소설이다.

저자: 쇼지 유키야

1961년 홋카이도에서 태어났다. 삿포로의 광고제작회사 퇴사 후 게임 시나리오 집필에 종사하다가 2003년 『하늘을 올려다보며 오래된 노래를 흥얼거리다』로 제29회 메피스토상을 받고 데뷔했다. 소년들을 주인공으로 한, 어린 시절의 향수가 느껴지는 판타지 혹은 청년들을 생생히 그린 청춘소설 작가로 주목 받고 있다. 그를 인기작가 반열에 올려놓은 『도쿄밴드왜건』은 도쿄 변두리에서 대대로 헌책방을 운영하는 홋타 일가의 봄여름가을겨울을 그린 코믹한 복고풍의 장편으로, 「아사히신문」, 「요미우리신문」, 「책의잡지」 등 신문과 잡지의 절찬 속에서 독자들로부터 큰 지지를 받았다. 헌책방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사건들을 유머러스한 필치로 그린 이 소설은 「책의 잡지」가 선정한 '2006년 상반기 베스트 텐' 4위에 올랐으며, 속편을 읽고 싶다는 끊임없는 독자들의 요청에 2007년 5월 『쉬 러브스 유- 도쿄밴드왜건』이 출간되었다.

젊은이들의 감성과 현대인의 일상을 느긋하고 훈훈하게 그려내는 것으로 정평이 난 저자는 "이만큼 개성 풍부한 등장인물들이 있으면, 작가는 아무 일도 하지 않아도 된다. 가계를 스윽 들여다보면 그들이 거기 살고 있고, 나는 그저 그걸 기록해나갈 뿐"이라며 홋타 가의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들을 '러브'를 모티브로 다시 한 번 들려준다. 이 소설로 저자 쇼지 유키야는 잡지 「편집회의」가 주관한 앙케이트 '2007년을 빛낼 작가 6인' 가운데 한 사람으로 선정되었으며, 앞으로의 행보가 크게 주목되는 작가로 떠올랐다. 그 밖의 작품으로 『높고 먼 하늘로 부르는 노래』 『Q. Q. L』『HEARTBEAT』 『홈타운』 『도쿄공원』 『그곳에 닿는 것은 우리들의 소리』 『키사토아』 등이 있다.

후기

청춘이란 무엇인가?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청춘(靑春): 새싹이 파랗게 돋아나는 봄철이라는 뜻으로, 십 대 후반에서 이십 대에 걸치는 인생의 젊은 나이 또는 그런 시절을 이르는 말]이라고 되어있다.

그 말 뜻을 그대로 풀이하면 모든 사람은 청춘이라는 시절을 지나간다는 것이다.

내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는 것이다.

나는 그때 무엇을 했던가?

특별한 기억은 없다.

어쩌면 평범하게 보냈다는 의미일지도 모르겠다.

'모닝'이라는 제목을 처음 봤을때 아침을 뜻하는 morning인 줄 알았다.

그리고 푸른 숲을 빠르게 달리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표지와 모닝이라는 말이 주는 청춘이라는 이미지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며 읽었는데 책의 말미에 상복을 뜻하는 mourning이라는 말이 나왔다.

그래서 책의 표지를 다시 보니 mourning이라고 정확하게 적혀있다.

참 바보같은 나다.

대학시절 만나 4년을 한 지붕 아래에서 살았던 다섯 남자.

지금은 서로 다른 곳에서 자신만의 터전을 만들며 살아가던 그들을 다시 모이게 만든 것은 친구 신고의 죽음이었다.

장례식에 모인 친구들은 어느새 20년이라는 세월을 훌쩍 뛰어넘어버렸다.

신고의 죽음을 뒤로한채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려는 그들에게 준페이는 돌발 선언을 한다.

"난 이 차 타고 마음 내키는 데까지 달리다가, 어디 적당한 데

찾아서 죽을 거야."

대체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를 하는 거냐 싶어서 셋이 또 고개

를 갸우뚱했다. 죽는다는 말이 제대로 이해되지 않았다.

"뭐라고?"

히토시가 다시 물었다. 준페이는 두 팔을 옆으로 약간 벌리고

대답했다.

"자살할 거라고, 난."

자살하겠다는 준페이를 설득하던 친구들은 고민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내린 결론.

"준페이."

"왜?"

"어차피 죽을 거, 작별 여행이 되겠군. 이왕이면 이 차로 나와

와료를 가나자와와 미토에 데려다 주고, 마지막으로 다이까지 도

쿄에 데려다 준 후에 어디 가서 죽든 마음대로 해. 단!"

"단?"

"각자 집에 도착할 때까지 우린 계속해서 널 설득할 거다.

스무 시간 내내 죽지 말라고, 죽지 말라고 입이 닳도록 떠들어 댈

거니까, 그런 줄 알아."

그렇게 말한 히토시는 문을 닫고 등받이에 몸을 턱 기댔다.

"알았으면 얼른 출발해! 서두르라고! 아, 그리고 비행기 취소

수수료는 나중에 네 앞으로 청구할 거다."

준페이는 액셀을 밟으면서 씩 웃고는 이렇게 말했다.

"조의금 미리 냈다고 쳐."

가슴이 따뜻해졌다.

이런 친구들이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자살하겠다는 말을 농담처럼 던지며 헤어지는 친구를 나는 어떻게 했을까?

그냥 농담으로 받아들이고 집으로 갔을 수도 있고 시간을 내어 친구에게 죽지 말라고 설교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책 속의 그들처럼 행동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그들의 우정이 부럽다.

규슈에서 도쿄까지 가는 봉고차 안에서 그들은 준페이가 죽으려는 이유를 생각해내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그들이 처음 만났던 대학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 그때의 추억들을 하나씩 하나씩 꺼내기 시작한다.

대학 근처에 있는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알게된 다이와 준페이의 만남으로 시작되어 신고, 히토시, 와료 이렇게 다섯 남자가 한 지붕 아래에서 살게된다.

그리고 그들 모두에게 잊을 수 없는 한 사람 아카네 씨.

그녀와의 만남으로 일어났던 일들이 펼쳐진다.

책의 말미에는 조금 의외의 사실이 밝혀지는데 좀 아쉬워지는 부분이다.

저자의 '도쿄 밴드 왜건'을 읽은 탓일까?

서로 다른 모습인데 닮았다는 느낌이다.

그래서 이 책도 드라마로 만들면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국어사전에서 정의한 청춘이라는 시절은 이미 지나가버렸지만 어쩌면 조금은 지루하다고 생각하는 매일 매일이 우리들의 빛나는 청춘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