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진이다 : 김홍희의 사진 노트

김홍희 글 사진 | 다빈치 | 2005년 01월 | 15,000원

책소개

우리는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찍히는 것에 매우 익숙해져 있지만 사진을 찍다 보면 점차 자신이 찍는 사진의 의미를 발견하고 한 단계 성숙해지고 싶을 때가 있기 마련이다.

현장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프로 사진가가 들려주는 사진 이야기로, 사진을 읽고 사진을 찍을 때 갖추어야 할 기본자세와 마음가짐에서부터 기술적인 방법들에 대해 명쾌하고 재미있게 들려주고 있다. 저자는 인터넷 사진 동호회에 '날 때부터 프로냐'라는 제목으로 연재했던 대로, 솔직하고 거침없는 입담과 글 솜씨로 사진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아마추어들에게 퍽 인기를 누리고 있다.

저자가 말하는 걸작을 찍는 방법은 바로 즐기면서 사진을 찍는 것이라고. 번뜩이는 재치와 유머 속에서 진지함을 잃지 않으며, 아마추어들의 호기심과 열정, 사소한 일상에서 얻는 즐거움과 낭만을 기억하고, 객관적인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사진가가 되라고 말한다. 시간과 공간을 넘어 사람간, 세대간의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 사진, 우리네 삶과 괴리되지 않고 그 본질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따뜻함이 살아있는 그의 사진들을 만나보자.

김홍희

물고기의 한 쪽 눈은 오른쪽, 또 다른 쪽은 왼쪽을 본다.

그것은 어쩌면 외부 세계를 향하고 있는 대물렌즈와 내면세계를 향하고 있는 접안렌즈로 이루어진 카메라와 닮았다. 물고기좌의 사내들의 삶과도 닮았고.

물고기좌의 사내들은 현실을 바탕으로 한 이상주의다.

현실 바탕 없는 몽상가의 삶도 거부할 뿐 아니라, 천박하게 현실만을 추구하는 필부의 삶 또한 거부한다. 그래서 나의 사진에는 언제나 탄탄한 현실이 있고 그 현실은 당신과 내가 이루어 낼 수 있는 이상이 있다고 꿈꾸는 것이다.

1985년.

카메라 한 대 달랑 메고 일본으로 건너가 도쿄 비주얼 아트에서 사진을 공부한 뒤로 나는 히피처럼 지구촌을 떠돌았다. 잘 때도 눈을 뜬 채로 자는 물고기의 눈으로 세상의 구석구석을 방랑했다.

사람이란 흙에 뿌리 내린 존재가 아니라 무한한 우주, 그 허공에 뿌리를 내린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된 것도 그 때쯤이었다. 그리고 사람의 다리는 더듬이와 같아 그 더듬이로 지구촌을 더듬으면 돌아다니는 족속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도 그 때였다. 또한 사람들이 가장 멋진 곳이 어디였느냐고 물을 때 마다, "사랑에 빠졌던 곳."이라고 답을 하게 된 것도 그 때쯤이었다.

나에게 사진이란, 내가 떠돌아다니며 뜨겁게 사랑한 열병의 흔적 같은 것이다. 나는 프리랜서 사진가로 이십 년을 필드에서 보냈다. 한국과 외국을 오가며 열한 번의 전시도 했다. 그리고 예술가로서 나름의 명성도 얻었다.

그러나 그런 것들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내가 삶을 만나는 순간순간마다 뜨겁게 사랑을 했다는 것이며, 그 열병의 흔적이 사진으로 내 인생에 光印되었다는 것이다.

나는 한국에 돌아와서도 여전히 사랑하고 싶어 많은 사람을 만나고 여기저기를 떠돌아 다녔다. 그 결과 『만행-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 『방외지사』 『암자로 가는 길』『예술가로 산다는 것』『인도기행』 『세기말 초상』 『방랑』등의 책들이 나왔다. 그리고 2000년에는 문예진흥원이 선정한 예술가 28명 중의 한 사람이 되기도 했다.

지금은 서울과 부산을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사진 활동을 하는 사진집단 '일우'를 이끌고 있으며, 개인적으로는 전국을 돌며 <신사진 택리지>를 촬영하고 있다. 그리고 가끔 해운대 달맞이 언덕의 오륙도가 훤히 보이는 다락방인 一隅堂에서 먼 길을 찾아온 벗들과 함께 차와 담소 나누기를 즐긴다.

후기

글쓴이가 부산에서 생활하고 활동한다는 사실에 더욱 친밀감을 느끼게 되는 책이다.

이 책은 '사진을 잘 찍으려면 이렇게 해야한다.'식의 내용이 아닌 글쓴이의 사진에 관한 생각을 담고 있다.

'나는 사진이다'라는 제목이 어떻게 보면 조금은 거만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책을 읽어본다는 100%공감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사진은 무조건 이쁘고 멋있어야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나의 생각이 '글쓴이의 생각과 닮은 꼴이 아닌가?'하고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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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u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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