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 뱀파이어: 폭력의 시대, 타자와 공존하기
임옥희 |여이연(여성문화이론연구소) | 2010년 04월 | 20,000원
책소개
누가 페미니즘의 죽음을 두려워하랴 - 다시 ‘가치’의 문제로
저자는 현 신자유주의 시대를 돈의 포르노그래피가 만연한 폭력의 시대로 규정하고, 그 안에서의 인간은 타자를 삼켜야 하는 식인주체임에도 타자와의 공존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다는 아이러니를 ‘채식주의자 뱀파이어의 정치’에 비유한다. 채식주의자 뱀파이어 정치라는 것은 폭력의 시대 공존의 가치가 결코 만만하지 않지만 완전히 불가능한 것도 아니라는 은유다.
『채식주의자 뱀파이어』는 페미니스트이며 인문학자인 저자가 재야에 머물면서 쌓아온 통찰로 한국사회를 진단하고, 페미니즘 내부의 자기성찰을 제안하는 동시에 ‘채식주의자 뱀파이어’라는 은유로 공존의 가치를 제시한다. 또한 한국적인 상황, 즉 교육의 시장화, 프로젝트화 되는 몸, 모성의 제도화, 정상가족 해체와 다양한 가족의 등장, 다문화 사회로의 변화 등 다양한 사회적 주제들에 이론을 접목함으로써 독자들에게 사고의 지평을 열도록 제안한다.
저자가 하고픈 이야기를 위해 문학, 철학, 정신분석, 여성학 등 다양한 이론을 소개하고 있지만, 소설, 영화, 드라마 등 대중문화를 텍스트로 첨가하여 이론서의 난해함을 벗어났으며 따라서 흥미로운 읽기가 가능한 책이다.
저자: 임옥희
경희대 영문학과와 동대학원 졸업. 성문화이론연구소 공동대표, 여성문화이론지 [여/성이론] 편집주간.
[페미니즘과 정신분석], [한국의 식민지 근대와 여성 공간], [다락방에서 타자를 만나다], [주디스 버틀러 읽기: 젠더의 조롱과 우울의 철학] 등의 책을 썼으며 역서로는 [여성과 광기], [심화와 의미], [티핑 포인트], [뫼비우스 띠로서 몸], [보이는 어둠], [아름다운 선택], [유리천장을 부숴라]등이 있다.
리뷰
여자란 무엇인가?
단순하게 말하자면 성(性)의 측면에서 여성으로 태어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여자로 산다는 것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채식주의자 뱀파이어'의 저자는 MB 정부에 들어와서 여성부는 차라리 없어지는 것만도 못한 기구로 전락했다고 말하며 모든 가치의 기준이 돈이 되는 현실에서 페미니즘의 대안적 가치를 모색하고 고민하자고 한다.
1, 2부로 나누어져 구성된 14장의 주제들은 단지 여자만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 것은 아니다.
모든 사람이 공평하고 자유롭게 경쟁한다고 주장하는 신자유주의 시대에 자본과 국가, 인권과 교육, 가족과 모성 등 다양한 분야를 말하고 있다.
솔찍히 너무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있어 무엇을 어떻게 정리해야할지 엄두가 안난다.
이 책은 단순히 '페미니즘'을 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의 모순적 구도를 우리가 지나 온 근대사와 책과 영화를 통해 꼬집고 있다.
책 속에 등장하는 인용구 등 문학과 예술 분야를 아우르는 저자의 박심함에 감탄하면서도 반복해서 나오는 전문 용어들이 제대로 이해되지 않아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말미에 '후주'가 있지만 일반인이 읽고 받아들이기에는 쉽지가 않다.
이 책을 읽으며 제일 많이 생각났던 것은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말이었다.
불법적인 성거래와 중년의 남녀가 꿈꾸는 일탈적인 사랑, 간통법이 그 대표라고 할 수 있다.
궂이 유교적인 잣대를 갖다대지 않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자보다는 여자를 비난한다.
정말이지 아이러니한 현실이다.
돈이 모든 가치의 기준이 되고, 뚱뚱한 여자는 죄인이 되며, 일하는 여성에게 슈퍼우먼을 요구하는 사회,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하기 힘든 현실은 사교육의 열풍과 함께 수많은 기러기 아빠를 양산해내고 있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누군가를 밟고 일어서야하는 상황에서 과연 우리는 타자와 공존할 수 있을까?
임인애 감독의 <밥.꽃.양>은 1998년 울산 현대자동차 정리해고 반대투쟁 과정에서 있었던 식당노조 여성노동자들의 3년간의 걸친 지난한 싸움을 찍은 다큐멘터리라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다큐멘터리를 볼 기회가 거의 없다.
물론 일부 지역에서 연중행사로 여성영화제가 실시되고 있지만 그들만의 잔치일 뿐이다.
사람들이 무관심하다고 탓할 것이 아니라 그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가져야한다.
그래서 우리가 가야할 길은 아직도 멀기만하다.
레메디오스 바로의 그림 중에는 곧 쓰러질 것처럼 뼈와 가죽만 남은 수척한 모습으로 과일에 빨대를 꽂아서 홀쭉한 뺨을 오물거리는 흡혈귀 그림이 있다고 한다.
토실토실 살찐 수탉의 피 대신 채식을 선택한 흡혈귀의 모습에서 자신의 본성에 저항하는 흡혈귀의 결단이 저자의 말처럼 우리에게 그런 결단의 순간이 찾아올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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