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현
김인숙 | 자음과모음 | 2010년 03월 | 12,000원
책소개
이상문학상, 현대문학상 등 유수의 국내문학상을 수상한 김인숙 작가의 신작 역사소설
우리가 기억해야 할 또 한 명의 역사 속 인물, 소현 세자 이야기
비극적인 삶을 살아간 소현세자의 이야기를 담은 김인숙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소현 세자는 1963년 일어난 병자호란으로 당한 삼전도의 굴욕 이후, 아우 봉림대군과 함께 패전국 세자로, 대국을 배신하지 않겠다는 약속으로 청나라에 볼모로 끌려가 고독과 죽음의 불안 속에서 8년여의 세월을 보낸다. 명나라가 완전히 멸망한 이후 영구 귀국하지만 청나라에서의 행실을 문제삼아 인조의 학대를 받고, 급기야는 병을 얻어 급사하고 만다.
한국의 대표적인 젊은작가 김인숙의 『소현』은 비운의 세자 소현의 운명을 통해 대 격변 시대의 정점을 그린 소설이다. 청이 승리하면 환국할 수 있지만 조선의 굴욕은 끝나지 않는다는 모순된 운명에 놓인 소현 세자의 파란만장한 삶을 담고 있다. 조선에 돌아오지만 왕위를 위협하는 세력으로 여전히 비극적인 삶을 살아가야 했던 소현의 눈물 그득 담긴 이야기가 들려온다.
작가는 소현 세자의 볼모 생활과 환국, 좌의정 심기원과 회은군을 중심으로 한 역모 사건, 명과 청의 전쟁 등 굵직한 역사적 사실과 소현 세자, 봉림 대군, 심기원, 심석경 등의 실존 인물 사이로 흔, 막금, 만상의 이야기를 마치 씨실과 날실처럼 촘촘하게 엮어 냈다. 역사서 속 차가운 인물들이 작가의 펜에 의해 생생히 살아나 나라를 잃은 사람들의 애환을 뜨겁게 그려내고 있다.
저자: 김인숙
1963년 서울 출생. 연세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8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상실의 계절』이 당선되어 문단에 데뷔하였다.
주요 작품으로는『함께 걷는 길』, 『칼날과 사랑』, 『유리구두』, 『브라스밴드를 기다리며』, 『그 여자의 자서전』, 장편소설 『핏줄』, 『불꽃』, 『'79~'80 겨울에서 봄 사이』, 『긴 밤, 짧게 다가온 아침』, 『그래서 너를 안는다』, 『시드니 그 푸른 바다에 서다』, 『먼 길』, 『그늘, 깊은 곳』, 『꽃의 기억』, 『우연』 등이 있다.
리뷰
조선왕조 500년의 역사 속에는 천하를 호령한 영웅호걸과 함께 짧은 생애를 파란만장하게 보낸 비운의 인물들이 존재한다.
삼촌인 세조에게 왕위를 빼앗긴 단종, 정치적 모략에 의하여 뒤주 속에 갇혀 죽은 사도세자, 왕이었지만 '군'으로 기록된 연산군과 광해군.
역사는 승자에 의해 기록되기에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는 추측하고 상상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얼마전 KBS에서 방영한 드라마 '추노'가 인기를 끌었었다.
그리고 드라마의 인기로 인해 사람들은 '소현세자'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 같다.
병자호란으로 청나라에 볼모로 끌려간 그는 7년만에 환국하지만 조선에 온지 두달만에 급작스레 죽음을 맞았다.
과연 그가 꿈꾸었던 조선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김인숙 작가의 장편소설 '소현'을 통해 그를 만난다.
임금을 생각했다.
어떤 일이 닥치거나, 세자는 임금을 생각했다. 임금은 무엇을 원하
시는가. 자식이 어찌하기를 원하실 것인가. 임금의 영광은 어디에 있
는가.
임금도 어쩌면 그렇게 자주 세자를 생각하실지도 모를 일이다. 한
때는 애달픔이었겠으나 지금은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안다고 해
도 차마 입에 올릴 수 없고, 생각에도 올릴 수 없는. -25페이지
청나라의 수도 심양의 관소에서 세자는 임금을 생각하고 조선을 생각했다.
고독한 이국의 생활에 봉림이 있어 외롭지 않았고 석경이 그 곁을 지켰다.
전쟁에 나설 때는 이기느냐 지느냐밖에는 없었다. 모든 싸움에서 모두
이길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지금 여기에서 이길 수 있는냐뿐이었다. -42페이지
전쟁은 끝인 동시에 새로운 시작이다.
그리고 전쟁은 우리의 삶과 생각을 황폐하게 만든다.
살기 위해서 누군가를 끊임없이 죽여야하는 곳, 오늘의 동지가 내일은 적이 되는 곳, 그 곳에서 과연 믿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세자를 청으로 호송했던 적장 구왕 도르곤.
그는 열네 살이 되던 해, 부왕 누르하치의 죽음과 함께 어미를 잃었고 칸의 자리를 둘러싼 전쟁이 어떤 것인가를 알았다.
그래서 그는 조선의 세자가 애틋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17년이 지난 지금,도르곤이 기억하는 것은 어미의 죽음이
아니었다. 그는 이제 누구의 죽음도 기억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그
가 지금 살아남아 있다는 것...... 그리고 이젠 자신이 누군가를 죽일
수 있다는 것뿐이었다. -43페이지
열두어 살 무렵 청군에 잡혀와 역관의 집으로 팔려간 만상은 혹독하고 악착같은 매질로 노예생활을 하게 된다.
살기위해 배운 청국 말이 우연한 기회에 주인의 눈에 띄어 '냄새나는 것'의 세계에 발을 내딛게 된다.
세자의 행차가 머무는 사이, 곁에 있던 막금이 보이지 않았다. 공
연히 다급한 마음이 들어 서둘러 두리번거려보니, 막금이 행차 끝에
서서 웬 여인과 손을 잡고 있는 것이 보였다. 머릿수건을 쓴 더러운
여인이 막금의 손을 연신 다시 잡고 다시 잡고 하였다. 그 누추한 몰
골이 의주 근방에 명성이 뜨르르하였다는 막금의 신어미로는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아는 얼굴을 만난 것일 터이다. 만상의 코끝이 괜히
또 매워졌다. 자신으로 말하자면 조선 천지를 전부 흔들어 뒤진다 해
도 아는 얼굴 따위는 나타나지 않으리라. 허니, 여기가 어디 나서 자
란 곳이라 할 수 있을 것인가. -142페이지
힘 없는 나라에 태어난 백성의 슬픔일까?
만상에게서 미움보다는 연민이 느껴진다.
종실의 여인에서 청나라 황제에게 바쳐지고 또 다시 대학사 비파에게 내려진 여인 흔.
그녀의 삶은 무섭게 일렁이는 파도처럼 앞을 가늠하기가 힘들다.
석경과의 만남이 위안이 되었을까?
막금이 그랬듯이 그녀가 내민 손을 잡아주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권력이라는 것은 참으로 무서운 것이다.
사저에 있을 때에는 양쪽 무릎에 어린 두 아들을 앉히고 읽은 책을 말해보라 하며 머리를 쓰다듬던 다정하던 아비였다.
그러나 이제는 임금이 되어버린 아비에게 그 시절은 돌아갈 수 없는 세월이고 내놓을 수 없는 자리가 되어버렸다.
"울거라. 네 몸에 울음이 가득할 것이다."
세자에게 울라 하고 돌아누운 아비의 등이 흔들렸다. 상께서 울고
계셨다. -176페이지
그 깊은 울음때문이었을까?
읽는 내내 책 장을 넘기는 손 끝이 무거웠고 마음이 무거웠다.
어쩌면 나는 소현세자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를 기대했었는지도 모르겠다.
책 속에 담겨진 그의 얘기는 너무도 함축적이어서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내용이 좀 더 길었더라면 나았을까?
봄이 이르게 오고 날이 빨리 뜨거워져 논밭이 온통 푸르렀다. 농사
짓던 조선인들이 논둑과 밭둑 위로 올라와 일제히 엎드렸다. 걸음이
늦은 자는 논물 속에서도 몸을 엎드렸다. 그곳이 세자의 작은 나라였
다. 작고도 작은 나라였다. 그러나 세자가 원손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그 작은 나라의 비루함이 아니었다. 비루함의 너머에 있는 것,
혹은 그 중심에 있는 것...... 그것이 바로 언젠가는 이루어져야만 할
꿈이었다. -208페이지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국의 아름다움을 찾아 떠난 여행 (5) | 2010.05.04 |
---|---|
길에서 어렴풋이 꿈을 꾸다 中... (3) | 2010.04.21 |
식사의 즐거움 (1) | 2010.03.18 |
생산적인 삶을 위한 자기발전 노트 50 中... (2) | 2010.01.04 |
오렌지만이 과일은 아니다 (2) | 2009.12.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