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길 오는 길: 화가 남궁문의 산티아고 가는 길-가을

남궁문 | 하우넥스트 | 2011년 9월 | 20,000원

책소개

화가 남궁문이 계절별로 전개하는 '산티아고 가는 길'에 대한 여행기로, 그 중 마지막 여정이며 완결편인 네 번째 '가을' 편. 개인적으로 1990년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5년을 살았던 기억으로 처음 이 길을 걸었던(2001년) 저자는, 그 뒤 우리나라 최초로 이 길에 대한 책을 내서 한국에 이 길을 알렸다. 그리고 그걸 계기로 최근 매 3년 마다 겨울(2004년), 봄(2007년)길에 이어 이번(2010년)에 네 번째 가을 길을 걸은 것으로, 1000km나 되는 길을 계절별로 네 차례나 도보로 완주했으며 걸을 때마다 책을 낸 재미있는 경력을 가지게 되었다.

이번 편은 화가 자신이 이전에 했던 세 번의 여정과는 다르게, 목표지점인 산티아고에서 출발하여 그동안 늘 출발지로 삼았던 아라곤코스의 솜뽀르뜨 까지의 거꾸로 된 행로에서 벌어졌던 일을 섬세하게 기록한 색다를 수도 있는 일기장이다. 저자는 매일 매일 산티아고를 향해 걸어오는 사람들과 반대 방향인 거꾸로 가는 행로에서 겪는 독특하고도 새로울 수도 있는 경험과 아름다운 대자연의 변화와 감정을 예리한 화가의 시선과 감성으로 그러면서도 담담하게 풀어놓는다. 여행 중 만나는 각 지역마다의 특징과 10 년 사이에 변해가는 모습, 다양한 사람들, 그에 대한 기대와 실망, 예기치 못한 불운과 뜻밖의 기쁨 등 갖가지 에피소드가 담긴 그의 순례길 일기장은 독자로 하여금 그 어떤 여행에세이보다 더 생생한 '산티아고 가는 길'을 그릴 수 있게 만들어 준다. 게다가 저자 자신이 직접 편집하는 열의 속에 완성된 이 책은, 독자에게 화가의 그림일기를 훔쳐보거나 한 편의 포토에세이를 접하게 해 주어, 두 달여에 걸친 여정을 화가 남궁문과 동행하며 '산티아고 가는 길'을 걷고 있는 듯한 생생한 감동을 줄 것이다.

리뷰

평소 여행하기를 좋아하고, 천천히 걷는 것을 좋아하지만 그 둘을 동시에 실천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먹고 사는 일이 우선이라는 핑계 아닌 핑계로 차일 피일 미루어진 것이다. 그래서 여행 관련 책을 읽으며 아쉬움을 달래곤 한다.

'산티아고'하면 제일 먼저 파울로 코엘료가 떠오른다. 그의 책 '순례자'가 유명하지만 아직 읽어보지는 못했다. 대신 몇 해 전, 텔레비젼 다큐멘터리로 방영된 그의 산티아고 가는 길을 보고 '기회가 되면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종교적인 부분을 떠나서 왠지 마음의 위안을 줄 것 같은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서점에 나와 있는 많은 여행 관련 책 중 산티아고 관련 책은 '가는 길 오는 길'이 처음이다. 이 책의 저자는 직업이 화가이다. 그리고 2001년 여름부터 산티아고를 걷기 시작하여, 겨울, 봄, 가을 이렇게 사계절을 10년에 걸쳐 걸었다고 한다. '무엇이 그를 산티아고로 이끌었을까?' 그 궁금증에서 책의 첫 장을 열었다.

뭔가 대단한 것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책 속의 '책머리에'를 읽고 마음이 언짢아졌다. 그래도 책을 읽다 보면 나아질 것이라 생각했다. 이전의 여행과는 달리 산티아고에서 출발하여 아라곤 코스의 솜뽀르뜨까지 거꾸로 된 행로를 혼자 걷는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매일 산티아고를 향해 걸어오는 사람들과 마주하는 것에 불편해 하는 것은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다. 책을 읽는 내내 저자가 이 여행을 왜 떠났는지 의문스러워졌다. 단지 산티아고 걷기를 사계절로 마무리 하기 위해서? 물론 여행이라는 것이 개인적인 영역이기 때문에 책을 읽는 내 마음에 들어야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여행의 대부분을 산티아고를 걷는 한국인들의 무례함과 겉치레 뿐인 인사말에 상처받았다는 식의 기록은 아닌 것 같다.

마틴 쉰이 주연한 영화 'The Way'는 아들의 죽음으로 인해 산티아고를 걷게 된 아버지의 이야기이다. 그 영화를 보며 나는 함께 길을 걸으며 마음을 나누는 사람들의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 아들의 죽음이라는 큰 사건이 있었지만, 그것을 제외하더라도사람들은 각 자의 고민을 껴안고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그렇게 떠난 길 위에서 서로의 상처는 보듬어지고 치유되어 성숙해진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는 것이다.

저자의 전작들을 읽어보지 않은 탓에 그의 여행기를 내가 잘못 이해했는지도 모르겠다. 처음으로 읽은 산티아고 책이 내 생각과 달라 당황스러울 뿐이다.

Posted by Du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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