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짧았던 며칠 동안 K가 들여다본 내 모습이 내 안의 수많은 나
중에 어떤 나인지는 모르겠다. 어쩌면 K는 나의 지극히 일부만을 보
고, 나라는 사람을 조금은 알 것 같다고 느꼈을지도 모른다. 체 게바
라가 <모터사이클 다이어리>에서 그랬다. 그가 본 것들, 동전의 앞
면이 열 번 나올 동안 한 번밖에 나오지 않은 뒷면만을 본 것일 수도
있다고.
나는 어떤 사람에게는 슬픔의 정조를 가진 사람으로 비칠 수도 있
으며,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깃발처럼 가볍게 나부끼는 바람으로 다
가갔을 수도 있고, 또 어떤 이에게는 그늘 없는 햇살 한 자락이었을
수도 있겠지. 누가 누군가를 안다는 것. 이해한다는 것. 누군가의 내
면을 들여다본다는 것. 그건 어디까지 가능한 걸까. 어쩌면 우리는
여름날 오후의 짧은 꿈처럼 그렇게 잠시 스친 모습을 한 사람의 전
부로 기억하는 건 아닐가.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외로움이 외로움에게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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