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 게바라의 홀쭉한 배낭
구광렬 | 실천문학사 | 2009년 06월 | 12,900원
책소개
체 게바라의 배낭 속에 있던 녹색노트
그의 마지막 유품은 꿈과 사랑과 시였다.
'우리 시대의 가장 성숙한 인간'으로 추앙받는 체 게바라. 그의 마지막 유품인 녹색 스프링 노트에 남겨진 69편의 시를 통해 체 게바라의 마지막 행적을 좇았다. 1967년 사망 당시 그가 메고 다닌 홀쭉한 배낭 속에는 지도 외에 두 권의 비망록과 녹색노트 한 권이 들어 있었다. 비망록은 사후 『체 게바라의 일기』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어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지만, 나머지 한 권의 노트는 시가 적혀 있었다는 소문만 무성했을 뿐 베일에 싸여 있었다.
체 게바라가 빼곡히 써 놓은 69편의 시. 그는 전운이 감도는 전장에서 시를 필사했다. 여기에는 그가 좋아했던 네 명의 시인, 파블로 네루다, 세사르 바예호, 니콜라스 기옌, 레온 펠리뻬의 시가 담겨 있다. 중남미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는 각종 자료를 토대로 녹색노트 속에 담긴 시와 체 게바라의 혁명정신과의 관계를 연구하고 분석하였다. 홀쭉한 배낭 속의 노트를 하나하나 넘겨 가며 숨겨진 체 게바라의 삶을 하나하나 살펴본다.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 구성되어 있다. 먼저 체 게바라의 남겨진 배낭 속의 노트를 통해 그의 마지막 여생을 좇아 간다. 그리고 그가 필사한 69편의 시와 네 명의 시인들과의 관계를 풀어내고, 아프리카 시절, 쿠바 시절, 볼리비아 시절로 나누어 그의 삶을 시로 풀어 낸다. 마지막 장에서는 체 게바라의 죽음과 이 세상에 남아 있지 않지만 여전한 영향력으로 우리 곁에 남아 있는 그의 숨겨진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쿠바 혁명에 성공한 후에 모든 이권을 뿌리치고 세계 민중의 해방을 꿈꾸며 다시 전장으로 백의 종군했던 순결한 혁명가 체 게바라는 생과 사가 하나인 전장에서조차 시를 쓰고 시를 사랑한 문학 청년이었다. 그는 죽음 앞에서도 죽음을 실패로 여기지 않고 '단 하나의 미완성 서사시의 슬픔을 무덤으로 가져잘 뿐'이라고 했다. 이 책은 '진실한 삶이 가득배인 노래처럼 살고 사는 것처럼 노래한' 체 게바라의 노래를 들려 줄 것이다.
저자: 구광렬
동물을 유난히 좋아해 파타고니아에서 목동 생활을 하고 싶었던 청년 시절, 멕시코로 건너갔다. 멕시코국립대학교에서 중남미문학을 공부(문학박사)한 뒤, 멕시코 문예지 『마침표(El Punto)』와 『마른 잉크(La Tinta Seca)』에 시를 발표하고, 멕시코국립대학교 출판부에서 시집 『텅 빈 거울(El espejo vacio)』를 출판하고부터 중남미시인이 되었다. 국내에서는 오월문학상 수상과 함께 『현대문학』에 시 「들꽃」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하늘보다 높은 땅(La tierra mas alta que el cielo)』 등 몇 권의 스페인어 시집과 『나 기꺼이 막차를 놓치리』 등 몇 권의 국내 시집이 있다. 멕시코 문협 특별상, 스페인 대사상, 브라질 ALPAS XXI 라틴시인상 등을 수상했으며 2008년 aBrace 중남미시인상 후보로 오른 뒤, 2009년에도 후보에 올랐다. 울산 문수산 기슭에서 개, 닭, 원숭이 등 좋아하는 동물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울산대학교, 동리목월문예창작대, 대구교대 등지에서 중남미문학, 시창작법 등을 가르치고 있다.
후기
한때 남자들이 입는 티셔츠에 유행하던 그림이 있었다.
이목구비가 뚜렷한 장발의 남자.
그때 난 그가 누구인지 몰랐다.
사진과 여행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쿠바'라는 나라에 대해 듣게 되었다.
어느 날, 친구 녀석이 '체 게바라'와 영화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를 이야기 했다.
이런 저런 얘기들은 싹둑 잘라버리고 그의 이름과 영화 얘기만을 침 튀기며 말하는 것 이었다.
'도대체 체 게바라라는 사람이 누구길래?'라는 궁금증이 생겼다.
그와 관련된 책을 보러 서점에 갔는데 평전을 비롯한 다양한 책들이 있었다.
체 게바라 평전, 체 게바라의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체 게바라 자서전, 체 게바라 어록, 체 게바라 시집 등등
그리고 그의 삶을 대변하듯 두꺼운 책의 부피에 읽어 볼 엄두가 안났다.
'체 게바라의 홀쭉한 배낭'이라는 제목에 마음이 움직였다.
이 책은 볼리비아에서 게릴라 전을 펼치던 그가 체포될 당시 배낭에서 나왔다는 녹색 스프링노트에서 시작된다.
살벌한 전장에서 그가 직접 필사한 69편의 시.
그 시들이 적힌 시기를 쫓아가며 만나는 체 게바라는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까?
저자는 체 게바라의 아프리카 시절, 쿠바 시절, 볼리비아 시절로 나누어 그가 좋아했던 네 명의 시인 파블로 네루다, 세사르 바예호, 니콜라스 기옌, 레온 펠리뻬의 시들을 얘기한다.
쿠바에서 보장된 2인자의 자리를 버리고 아프리카로 떠나는 체의 편지로 시작되는 아프리카 시절.
침략과 수탈 그리고 착취로 고통받는 쿠바 흑인들의 애환을 노래한 니콜라스 기옌.
어이, 친구들 우리 여기 왔다네!
태양 아래 땀을 흘리는 우리의 발은
피정복자들의 땀에 젖은 얼굴을 드러낼 것이고
별들이 우리 불꽃의 끝자락을 태울 땐
우리네 웃음은 강 위에서, 새의 날개 위에서
꼬박 밤을 샐 것이네
- 니콜라스 기옌의 시 '도착' 일부
그는 혼혈인종에 관한 시들을 많이 썼다고 한다.
아프리카, 아메리카, 유럽 3대륙의 합은 지배와 피지배, 착취와 피착취, 억압과 피억압, 제국주의와 반제국주의의 결합이었다.
16세기 초 스페인 정복자들은 쿠바로 아프리카 흑인 노예들을 데려오기 시작했다.
스페인 군사들은 흑인 여성 노예들을 성노리개로 취급했고 부계는 백인, 모계는 흑인인 일방적 혼혈이 생겨났다.
그러나 지배와 피지배의 관계에서 맺어진 그들의 삶은 애환으로 물들 수 밖에 없었다.
수수밭 옆에는
검둥이
수수밭 위에는
양키
수수밭 아래는
흙
수숫대 속엔
피!
-니콜라스 기옌의 시 '사탕수수' 전문
어릴적 들은 우리나라 전래동화 '해님 달님'을 보면 호랑이를 피해 하늘로 두레박을 타고 올라가는 오누이가 나온다.
그리고 곧 이어 썩은 동아줄을 타고 올라가던 호랑이는 수수밭으로 떨어져 죽는다.
수숫대 속이 붉은 것은 그때 호랑이가 흘린 피라는 얘기를 들었을때 왠지 잔인하고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니콜라스 기옌의 시 '사탕수수'를 읽으면 소름이 돋는다.
한번이라도 수수밭에서 수숫대를 본 사람이라면 전율하지 않을까?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을 하는 것은 말도 안되는 소리이다.
원주민을 학살하고 아프리카 흑인들을 노예로 사고 파는 만행을 저지른 사람들.
누가 그들에게 그런 권리를 주었는가?
그들의 만행에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체 게바라가 어린 시절부터 좋아했던 파블로 네루다는 이 책에 등장하는 시인들 중 가장 낭만적이다.
오늘 밤 난 쓸 수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시를.
더 이상 나에게 없는 그녀를 생각하며
그녀의 상실에 파르르 떨며......
-파블로 네루다의 시 '스무 번째 사랑의 시' 일부
영웅호걸이라고 했던가?
체 게바라의 곁에는 많은 여인들이 있었다.
그러나 그에게는 혁명이라는 더 큰 사랑이 있었다.
그는 부유한 가정에서 자랐고 의대생으로서 의사라는 안정적인 미래가 보장되어 있었다.
그러나 친구 알베르토와 함께 떠난 라틴 아메리카 여행은 그의 삶을 송두째 바꿔 놓았다.
가난한 민중들의 삶을 지켜본 그는 빈곤문제를 해결하는 길은 혁명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사랑하는 부모님, 다시 한 번 저의 로시난테에 박차를 가해
야 할 때가 왔음을 느낍니다. 칼과 방패를 들고 또다시 장정에
오를 겁니다. 못난 아들이 군인이 되기보다는 훌륭한 의사가
되기를 바라고 계셨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의사
는 더 이상 저의 희망이 아닙니다. 훌륭한 의사는 못 되엇지만
훌륭한 군인은 되었으니까요. ......민중해방을 위해선 무장투
쟁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그리고 이 믿음을 끝까지 지킬 겁니
다. 많은 이들이 저를 무모한 돈키호테라 여기고 있음을 잘 압
니다. 맞습니다. 하지만 돈키호테는 자신의 올바른 신념을 지
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모험가이기도 하지요.
어쩌면 이번이 마지막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 않길 바라지
만 왠지 그리될 가능성이 높은 것 같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이
것이 마지막 포옹이 담긴 편지가 되겠네요....... 고집 세고 무
례한 아들, 에르네스토 올림."
콩고로 떠나기 전 그의 부모님께 띄운 편지이다.
자신을 돈키호테에 비유하며 올바른 신념을 위해 목숨을 바치겠다는 그.
결국 그는 볼리비아의 라이게라에서 서른아홉이라는 짧은 생을 마감했다.
'69편의 필사된 시'때문이었을까?
나는 그의 문학적인 감성을 제일 먼저 떠올렸던 것 같다.
사회 문제를 얘기하는 저항시에 익숙하지 않은 탓에 의미를 완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정복자들이 진보와 문명 그리고 기독교라는 이름으로 행한 잔인한 살인극은 너무도 잔혹했다.
그 잔혹함에 떠오른 것은 일제강점기 그리고 6.25전쟁.
그리고 민생을 걱정하기보다 자신들의 정치적 사회적 지위만을 걱정하는 어르신들.
피부색, 학력, 성별에 상관없이 기회가 주어지고 실력에 의해 평가되는 사회를 원한다.
그러나 현실은 멀기만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체 게바라와 같은 혁명가를 노래하고 원하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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