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이 되던 해 3년간 다니던 회사를 잠시 쉬고 새로운 길을 모색하기로 했다. 그러나

서두를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차분하고 평온하게 걸어가고 싶었다. 나의 진심이 무

엇인지, 이 세상에서 내가 어떤 의미가 될 수 잇는지, 그것부터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주저 없이 여행 가방을 꾸렸다.

교토의 여름은 무덥고 아름다웠다. 매일 아침 멀리서 들려오는 풍경 소리에 깨어나 뚜

렷한 계획 없이 느릿느릿 절과 신사, 강가와 카페, 어느 마을들을 걸었다. 문득 걸음

을 멈추고 생각해보니 내가 걷고 있는 건 길이 아니라 서른 해를 살아온 나의 기억과

앞으로 헤쳐나가야 할 나의 미래였다. 햇살이 드문드문 비치는 나른한 카페 Michele's

에 앉아 나의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한 건 그날 이후였다.

그렇게 수취인이 불분명한 편지는 시작되었고, 14통의 편지가 모여 이렇게 책 한 권이

되었다. 나를 잃지 않기 위해, 내가 살아온 시간들을 다독이기 위해, 다시 집으로 돌

아오기 위해 나는 그 편지들을 썼던 것 같다. 그리고 여행이 끝난 지금 나는 다행스럽

게도 조금 더 여유롭고 단단해져 있다.

이미 떠난 사람, 아직 떠나지 못한 사람, 여행을 준비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 편지들을

보낸다.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교토, 그렇게 시작된 편지中

Posted by Du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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