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렌체의 두오모는 따뜻해.
그렇게 말한 사람은 페데리카였다.
- 결혼한 지 얼마 안 돼서 같이 올라갔거든. 밀라노의 두오모
같은 장엄함은 없지만, 부드러운 색상에 사랑스럽고 따뜻했어.
페데리카는 피렌체의 두오모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두오모'라
고 했다. 그녀의 사랑의 기억인 두오모. 초등학생 시절, 그녀의 집
거실에서 차를 마시면서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
피렌체의 두오모에는 한 번도 가 보지 않았다. 언젠가 가 보고
싶은 마음은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오르라고.
- 피렌체의 두오모? 왜 하필이면 그런 장소에서? 밀라노의 두
오모는 안 되는 거야?
쥰세이는 이상하다는 듯 물었다. 나는 페데리카 이야기를 하였
고 쥰세이는 잠자코 들어 주었다.
- 또 페데리카야?
쥰세이는 피식 웃었다. 스무 살이었다. 우리는 대학의 뒤뜰에 있
었고, 밀라노도, 피렌체도, 페데리카도, 가공의 존재인 듯 멀었다.
- 약속해 줄래?
그 때 나는, 평소에 없는 용기를 그러모아 말했다. 나로서는 태
어나서 처음 하는 사랑의 고백이었으므로.
피렌체의 두오모에는 꼭 이 사람과 같이 오르고 싶다. 그렇게 생
각했던 것이다.
쥰세이는, 너무도 쥰세이답게 주저없이 약속해 주었다.
- 좋아. 10년 뒤 5월이라. 그 때는 21세기네.
쥰세이의 웃는 얼굴은 언제나 들판처럼 편안했다. 라 미야 캄파
냐(나의 들판). 장난삼아 그렇게 불렀다.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냉정과 열정사이 Rosso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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