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래 (원성)
그대 앞에 있으면 시간은 초침을 잃어버리고
나는 심연에서 피어나는 안개 속에 묻혀져요.
깊고 깊은 마음 속까지 들여다보는 그대 시선에
더없이 솔직해져버린 순수한 아이가 되어져요.
지나온 삶들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던 것처럼
물 위를 걷는 자유 속으로 나를 인도하지요.
드리워진 고요함으로 무언의 대화를 나누고
밖으로만 바라보던 시선을 내 안으로 돌려주지요.
아득한 가르침이 가슴 속에 메아리쳐 오면
이유 없는 눈물이 나요, 환한 미소가 지어져요.
회색빛 하늘은 더 이상 우울하지 않게 됐어요.
마음은 천 가지 빛깔로 노을 져 있으니까요.